우연한 기회에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지도 3년 차가 되었다.
이런 나를 향해 주변인들은 '길어야 6개월일 줄 알았다'라며 놀라는데,
나 자신도 놀랍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존감,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에 좀 지친 나에게,
내 학생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 꽤 괜찮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쭈욱 잘해온 자신을
본인이 먼저, 최고로 믿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J학생과 함께한 지 3년 정도 되었다.
J학생의 장점은 '성실함'이고,
특징은 '글씨 크기'와 '암기력'이다.
이중 '글씨 크기'와 '자신감'은 상관관계가 있다.
자신있는 문제에 대한 풀이와 답을 적을 땐 글씨가 크지만,
자신없는 문제에 대한 풀이와 답을 적을 땐 글씨가 점점 작아진다.
이 친구는 개념을 잘 알고있지만,
활용-응용 문제를 풀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자신이 없는 친구다.
그래서 조금 응용이 들어간 문제를 풀땐 내 눈치를 보며 푼다.
재밌는 건 계산실수가 좀 있을 뿐이지 푸는 과정에선 문제가 없다.
여러번 풀어보면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즉,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인 것이다.
지난 3년 간
'J야. 잘 하고 있어!
너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야!
지금 문제 풀면서 모르겠는 부분 있었어? 없었잖아!
혼자서도 풀 수 있잖아! 그치?!'하며
쫄아있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를 좀 썼다.
이 말에 덧붙여
'J가 시험볼 때 나는 옆에 없다.
내가 24시간 쫓아다니며 잘한다잘한다 해줄 수 없는 거 알지?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과거의 너를 믿고 해봐!'란 말도 해주었다.
그리고 최근 2-3개월 쉬다가 다시 만났는데,
뿌리 없는 자신감은 쉽게 사라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알았다.
참 보람이 없는 일이 되버렸지만,
그래도 위의 말을 주문처럼 해주고 있다.
(본인도 웃겨하는게 함정...)
어제 친구와 맥주 한잔 마시면서 하던 얘기도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말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고,
자신의 일에 대해 프라이드도 강하다.
친구가 몸담았던 회사에서도 넘사벽 1등일 정도로
성실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친구다.
이 친구는 요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중이다.
도전하고 있는 것을 익혀서 자신의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내가 뭐라고 이걸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나는 의아했다.
그동안 이렇게 잘해놓고!!!!!
지금 도전하는 일도 자신의 스킬을 확장하기 위함인데 왜케 자신이 없을까?!
그래서 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내년의 너가 지금의 너와 같을 것 같니?
작년의 너와 지금의 너는 어때?'
친구의 답은
'지금의 나는 좀 부족하긴 해도 내년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나을 거 같다.'였다.
내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한 훌륭한 친구였다!!
그렇다.
자꾸 잘난 사람들, 내가 못하는 것에만 집중해선 안된다.
나의 포지션이 분명 있을 거고 그 포지션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나 조차 나에게 자신이 없는데 누가 나를 필요로 하고 믿어줄까?
현재의 내 모습은 초라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노력해온 걸 자신이 알아줘야한다.
자신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알아주겠는가?
제목에 적은 것처럼
나는 쥐뿔도 없고, 스펙도 별볼일 없다.
남들이 말하는 지잡대, 경력도 엉망진창,
이제 드디어 겨우 꼴랑 신입나부랭이 정도로 별볼일 없다.
외적으로만 봐도 날씬하고 예쁘지도 않고 어디 하나 잘난 구석이 없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누구든 나를 대체할 수 있겠지만, 나와 같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나를 잃은 후회를 한번은 할 거란 자신감도 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10년 전의 나는 오늘의 나를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며,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으며, 이로 인해 줏대가 생겼다.
아, 참고로 나는 무계획형 인간인데,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것이 모토였다.
한편으론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떤 일을 잘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땐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란 근자감으로 시작했다.
누구하나 나에게 '잘하고 있다' 말해주지 않았지만,
난 늘 마음 속으로 '난 참 잘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격려해줬다.
내 자신감과 자존감은 누가 키워준 것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 챙겨주지 않는 다고 사라질 자신감과 자존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미래에 좀 지친 나에게,
내 학생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 꽤 괜찮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누군가 챙겨주겠지라는 사라질 자신감과 자존감을 기대하지 않고,
자기 자신, 자기 마음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동안 충분히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란 것을 누구보다 스스로 굳게 믿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