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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할로윈, 압사, 혐오

어느 날의 쏭 2022. 10. 3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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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는 내게
트위터는 대한민국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는 소식통이다.
지난 주 실트엔 촛불집회 주제로 도배가 되어있어서
이번 주에도 했었나 궁금하다싶어 함 들어가 봤다.

‘압사사고’

마음이 무겁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외출일텐데,
코로나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도 못해본 친구들이 많을 텐데,
얼마나 무서웠을지,
이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그 이상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사실 압사사고 실트를 봤을땐
지난 번 NCT(?) 무슨 스탠딩 공연에서
난리났었다는 것처럼
또 어디서 스탠딘 공연하는데 압사의 위험이 있었다는 건 줄 알았다.
위험은 했으나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겠거니 했다.
사망자가 50 여명이라고,
실트 타고 들어가서 영상 보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트윗을 보니
그제야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대충 정리하면,
‘남의 나라 기념일,
남의 나라 문화를
뭐 그렇게까지 챙긴다고 설치다가
그꼴을 당했느냐’
‘사람 죽어나가는데 옆에서 춤추고 있다.
없던 인류애도 없어지게 한다‘
‘혐오한다’
이런 반응이었다.

분노하고 안타까워한다를 내포하고 있음은 알겠다.
하지만 우린 너무 쉽게
피해자가 잘못해서 당해도 싼 일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혐오한다.
나는 이게 현 사회의 모습이라 안타깝다.

압사사고는
멍청하게 다음 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미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밀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압사하지 않는다.
나는 9호선 급행을 타고 출퇴근한다.
나는 매일 내가 살아서 출근하고 살아서 퇴근하는게 기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압사를 조심성 어쩌고,
남의 나라 기념일 어쩌고 하기 전에
출퇴근 시간 9호선 급행을 타봐라.
압사사고가 일어나지 않는게 더 기괴하다.

압사사고는
조심하지 않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철딱서니 없이 사람 많은데 놀러 나가서 당해도 싼 일이 아니다.
엉뚱하게 남의 나라 기념일을 탓할 일도 아니다.
멍청한 누군가 밀었기 때문에 밀린 사람이 당한 일이다.
안전에 대해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사람이 밀집된 곳에서 장난으로라도 밀면 안되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한다.
오늘 일을 잊지 말고, 분노하되 혐오해선 안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노력해야한다.

혐오는 아무것도 바꿔주지 않는다.
혐오는 가장 게으르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혐오는 문제를 방치, 방관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혐오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아무리 사회가 혐오를 조장하고,
혐오를 부르짓는 세상이라도,
그것을 따르는 멍청한 구성원이 되어선 안된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권리들은
혐오가 아닌 투쟁으로 쟁취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만해도
뉴스에선
‘앞으로 채용시 n%는 여성을 채용하도록 되어있다’
라는 보도를 했었다.
여성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건
남성혐오가 아닌
끊임없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우리가 누리는 것 중 어느 것 하나 쉬웠던 것이 없었다.
독립도,
민주주의도,
투표권도,
블라인드 채용 등까지.

문제를 혐오로 끝내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혐오하도록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길 바란다.
분노하고 있다는 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니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분명 있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