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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

어느 날의 쏭 2021. 11. 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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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일들만 생기는 것 같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걱정으로만 꽉찬 몇년을 보내면서 봄을 잃어버렸다.
그냥 계속계속 영원히
얼어붙은 겨울이기만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이 봄이라는 건 아니지만ㅎ







오랜만에 즐긴
현실의 봄은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
그리고 그런 무척 더운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올해 내가 겪었던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예측하고 맞닥뜨린 건 하나도 없었다.





좋았던 일부터 나열해보자면,

취업을 했고(결론적으론 세모지만),

취업한 곳에서 정말 좋은 사람 두 분을 알게 됐고,

넬과 자우림 단독공연이 있었고,

넬 공연을 보며
'아 나 지금 행복하다'란 생각을
처음 자각하게 되었고,

3년 만에 친한 동생을 만났고,

N년 만에 친한 언니를 만났고,

내가 좋아하던 기타리스트 분에게
기타를 배우게 됐고,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단짝과 급 만남을 할 수 있었고,

식물 선물을 받게 됐고,

새 잎이 나고 있다.










좋았던 일들 대부분이
'사람'에게로 부터라는 걸
지금 적어내려가며 알게 되었다.
항상 난
'사람이 싫어!', '인류애 개나 줘!'했는데
참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쁜 일들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사람.

나쁜 일이라기 보단
타인으로 인해
내가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한 사건들이었다.

대략 이런 거였다.
나는
타인이 하는 N년 간의 거짓말을
무슨 근거로 믿었던 건지-

그리고 무슨 근거로 그 타인을
'신뢰한다'로 인지했던 건지-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뭐 이런 생각을 하게된 여름이었다.



그리고
왜 항상 내가 예의주시하던 사람들은
결국 문제를 만들고 마는 지도 의문이었으며,

그리고
자신의 위선을
어떻게 포장하는지를 지켜보면서
내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끔찍함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계기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결과는
'이런 좋은 사람들이 내 사람들이라니-'하는
감사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번 일로 나는
나에게 '진짜' 좋은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이
하나 정도 더 생겨나게 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처럼 대부분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길,
나쁜 사람은 가능한 빨리 지나가길 바라본다.






문득
빨간 머리 앤에서의 대사가 생각났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생각지 못한 좋은 일은 어떤 일일지,
생각지 못한 나쁜 일은 어떤 일일지,
나는 그 일들을
어떻게 느끼고 감당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