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쏭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본문

아무말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어느 날의 쏭 2021. 10. 24. 15:20
728x90

초등학교 방학 숙제 이후로 식물을 집에 들인 건 처음이었다.

이 집에서 '생물'이란 범주에 속하는 건 나 하나였는데,

고무나무가 2번째 생물로 속하게 되었다.

올해 생일 선물로 받게 된 고무나무🌿

고무나무의 이름은 '몽구'다.

 

 

 

 

 

 

 

 

 

 

고무나무 '몽구'가 조용히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처음엔 매끈하고 붉은 색을 띈 줄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자라는 건가?🤔'했는데 진짜 자라고 있는 걸 눈으로 보니 신기했다.

당연히 자라는 건데...🙄

 

 

 

 

 

 

 

 

 

 

붉은 부분이 껍질로 변하고 탈락하면서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살아있는 존재란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매끈하고 붉었던 부분이

메마르고 검게 변한 것을 보니 '데미안'의 문구가 떠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어서 예전에 '가재와 스트레스'에 대한 일화를 봤던게 떠올랐다.

바닷가재가 탈피하고 새로운 껍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불편함'이 필요하다란 이야기였다.

바닷가재가 자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고.

그러니 스트레스가 있다는 건 내가 성장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거라고.

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이용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란 받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피해다니고, 안락함을 추구해왔다. 그다지 안락하진 않았지만.

버둥거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버둥거리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라도 달리 살고 싶다.

좀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좀더 나은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빠짐없이 가는 것인데,

내가 원하는 공연을 돈이 없어서 못 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주 단순한 이유로 좀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달라지고 싶다면,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안락함에 안주하면 안된다.

 

 

 

 

 

 

 

 

 

 

나는 조금 무섭지만,

과거의 나라면 안했을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굶어죽을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믿는다.

노력은 나의 몫이고,

내 노력이 마음에 든 운이 따라와준다면 다행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하는 수 없는 것이다.

몽구가 조용히 자라고 있는 것처럼

나도 조용히 내 할 일을 해야겠다.

아무튼 지금은 이 세계를 깨뜨려야할 순간이다.